[생활속의 수필]노년의 육아 일기/서명실

jsmagazine.net | 기사입력 2024/09/30 [10:52]

[생활속의 수필]노년의 육아 일기/서명실

jsmagazine.net | 입력 : 2024/09/30 [10:52]

[노년의 육아 일기]

 

0929(일) 서 명 실

 

▲     ©jsmagazine.net

 

추석 이후로, 그간 6년 정도 아버지를 모셔온 큰언니 내외의 고충을 도저히 인간적으로 외면할 수 없어서 아버지를 내가 최소 1년 정도는 봉양하기로 선포하고 호기롭게 짐을 싸서 모셔왔지만, 현실은 생각과는 정말 차이가 많은 것 같다.

사실 최근 들어서 아버지를 모시고 살면서 고생하는 게 너무 부질없다는 생각과 함께 심적으로 부담이 돼서 너무 힘들었고, 오늘 주일 아침에도 씻지 않으려 반항하는 모습에 신경질도 많이 나고 속상하기도 했다.

 

어제 요양보호센터에서 1주일 중 유일하게 목욕시켜 주는 토요일인데도 불구하고 면도만 해줬을 뿐 목욕도 안 시켜 주고, 아버지 역시 본인 스스로는 발도 잘 안 씻으시다 보니, 그런 이지 가지 요소들이 복합적으로 나를 많이 지치게 만들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아침에도 감기 걸려 아파 죽겠다고 (거짓말)하면서 씻기 싫어서 둘러대는 아버지의 얌채같은 심보 역시 정말 많이도 얄미웠다.

 

신장암이 재발하여 몸에 쌓인 독소가 많고 연로하시다 보니, 아침에 자고 난 뒤에 갈아입을 옷을 챙겨 주러 아버지 방에 들어가 보면, 불쾌한 냄새가 코를 찌르고, 모든 속옷이나 수건을 삶아야만 옷에 배인 냄새들을 없앨 수 있다 보니 예전보다 해야 할 일들이 곱빼기로 늘어나고, 이부자리 역시 2~3일에 한 번은 갈아야만 되니 세탁기가 정말 열 일을 하고 있다.

 

입맛 역시 까다로운 편이어서 같은 반찬은 입에도 잘 안 대시고, 과일 역시 먹었던 건 거의 손을 대지 않으시니 정말 이만저만 까탈스러운 입맛이 아니다.

센터에 다녀오고 나서 저녁 생각이 없다고 하셔서 밤새 혹시나 입이 심심할까 봐 놔둔 땅콩이나 고구마 같은 간식이라도 드신 날에는 아침에 입맛 없다고 숟가락도 안 대시고, 정말 그동안 다른 형제들이 그 얼마나 모시느라 고생이 심했을까를 생각해 보면 언니들, 형부와 동생에게 정녕 고개가 절로 수그러질 정도다.

 

그런데 오늘 이런 내 모든 마음을 이미 다 아시고, 하나님께서 성령과 함께 어리석은 생각을 하지 말고 오직 주의 뜻이 무엇인가 이해하라는 말씀을 주시니 깊이 회개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참 감사하다.

역시 하나님 당신은 모든 것을 다 아시고, 저의 모든 생각의 일점일획도 다 꿰뚫어 보시는 상천 하지 최고의 전능자시며 인생의 가장 크고 위대한 멘토시며 내 사랑의 위로자 되심을 고백합니다.’

 

나를 보내신 이의 뜻은 내게 주신 자 중에 내가 하나도 잃어버리지 아니하고 마지막 날에 다시 살리는 이것이니라.” 하신 말씀, 가슴 속에 깊이깊이 새기고 또 새기도록 하겠습니다.

생명을 살리는 것이 하나님 뜻이기에, 아버지와 언니, 대성, 올케를 살리기 위한 그리고 모든 자녀를 살리기 위한 하나님의 뜻과 계획이 저에게 있음을 진정 믿습니다.

어리석은 저의 모든 주관과 생각을 다 비워내 버리고, 오직 하나님의 생명 구원을 향한 온전하신 뜻만을 가슴 깊이 새기면서 전심으로 하루하루 살아나가도록 노력하고 몸부림치겠습니다. ‘사랑은 노력이고 몸부림이라고 말씀하셨사오니, 진실로 그렇게 살아나가도록 하겠습니다.“

 

그 와중에 바쁘고 지치기 쉬운 일상 속에서 그나마 내가 정말 배우고 싶었던 성악을 배우니, 고음을 내기가 한결 수월해지고, 성량도 더 풍부해지는 것 같아서 정말 기쁘다. 그리고 고음으로 인해 목이 아픈 것도 예전보다 덜하고, 목쉬는 것도 덜해서 정말 좋다. 사랑의 성령께서 감동으로 인도하셔서 전문 성악 교수에게 사사 받도록 인도해 주심을 진정으로 감사드린다.

 

지난 금요일에는 나의 고교 시절 최애곡 가고파를 정말 오랜만에 불러 봤는데,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떠오르면서 아련한 향수에 젖어 마음껏 감성을 표현할 수 있었고, 그렇게도 함양의 초등 시절 친구들이 그리워서 노래하다가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며 통곡하듯 주저앉아 슬픔을 토해내던 그 시절이 이제는 추억의 한 페이지로 남아 있다는 것도 내심 신기했다.

자가로 음악 힐링할 수 있도록 그 시절 성령께서 나를 음악으로 치유해 주신 것역시 진정으로 감사한 부분이다.

 

또한, 남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해 힘들어하고 지겨워하는 90살 늙은 아버지를 보면서도 느끼는 것이지만, 사람이 남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 하는 것 역시 정말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일인 것 같다. 아버지의 유일한 낙은 장기 두기화투그림 맞추는 것. ㅠㅠ

그 사람을 알려면, 그가 여유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보면 된다라는 말이 있다. 근면 성실히 살아서 자녀들 양육하는 데는 열심이었지만, 자신을 좀 더 돌아보고 타인을 배려하고 좋은 취미를 가지지 못한 채 늙어서 자식들에게 같이 시간을 보내 주기를 은근히 기대기만 하는 모습은 할 일이 많은 나에게는 정말로 크나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동년배이신 이모는 장구며 한글이며 그동안 못 배운 설움을 집 근처 노인복지관에 다니면서 원도 한도 없이 풀면서 정말 신나게 사신다고 들었는데, 우리 아버지는 사회성이 별로 발달하지 못하고 자기계발에 대한 열의가 없이 나이를 드시다 보니 솔직히 너무나 안타깝다.

모성 사망으로 태어난 아버지의 성격상의 한계를 느낄 때마다 그저 마음이 아프면서도 한편으로는 정말 힘에 벅차기도 하다. ㅠㅠ

 

그래서 며칠 전 오랜만에 집에 온 딸에게 자기계발에 게으르지 말 것과 고급 취미 생활을 반드시 하나 이상은 해나갈 것을 신신당부해뒀다.

파킨슨 치매 초기 증상을 안고 계신 아버지로 인해 나도 은연중에 우울할 뻔했는데, 말씀으로 강하게 코치해 주셔서 너무나도 감사하고, 취미 활동을 통해 우울감을 해소할 수 있는 돌파구를 마련해 주신 성령께도 무한한 감사를 드린다.

 

목적을 잊지 말자. 목적은 영혼 구원이며, 과정 중에 즐거움을 누리면서 살아가야만 한다.

내게 능력 주시는 하나님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을 믿습니다. 아멘!’

 

[서명실 약력]

  

2022년 한국문학생활회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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